03 행복한 아버지의 행복한 가정경영

우리는 모두 행복을 꿈꾼다. 지금의 이 모든 고생은 행복이라는 궁극의 목표가 있기에 감내할 수 있는 거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불행한 가정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가정의 행복을 바란다. 그렇다면 행복한 가정은 어떤 가정일까? 국내 모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가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가족간의 친밀감, 뛰어난 문제 해결 및 위기 관리 능력, 원만한 대화, 공유된 가치가 그것이다.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헌신, 감사와 애정, 긍정적 의사소통, 즐거운 시간의 공유, 영적 안녕, 스트레스와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건강한 가족의 공통적 요소라는 거다. 여기서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물질적인 조건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흔히들 얘기하는, 돈만 많으면 행복할 거라는 생각? 깨끗이 잊어버리자.


▶행복한 가정은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

행복한 가정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가정의 모습, 그 모습들을 리스트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현재의 우리 가정의 모습과 비교해보자. 현재 잘 되고 있는 점, 잘 안 되고 있는 점들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보완해 나간다면 행복한 가정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행복한 가정은 가족 서로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 중심에 아버지가 있다!

▶가정에도 ‘경영’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누구나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살지만 모두가 그렇게 살 지는 못 하는 게 현실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정도 하나의 조직이란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서다. 지금 이 순간부터 가정도 하나의 조직임을 명심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행복한 가정의 특징’을 다시 살펴보면 조직 구성원간의 친밀감, 뛰어난 문제 해결 및 위기 관리 능력, 원만한 대화, 공유된 가치라는 항목들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나의 공통된 비전과 가치를 향해 서로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주어진 위기와 문제를 잘 해결하는 기업이 바로 우량기업이다. 이렇듯 가정도 기업처럼 경영의 대상으로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경영이란 관점에서 본다면 가정이나 기업이나 CEO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CEO가 누구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와 시장가치가 달라진다. 공통의 목표 하에서 조직 구성원들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점도 같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피할 수 없기에 공히 변화 관리가 필요하며, 재무적인 관점에서도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의 재무제표를 추구한다는 점도 그렇다. 기업 조직과 이렇게 많은 공통점을 가진 가정이란 조직. 가정에도 경영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사실을 잊고 산다. 가장인 아버지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난 바깥 일과 경제를 도맡은 사람이니 집에선 좀 편하게 지내자”라고. 그래서 “집안 일과 자녀교육은 아내 몫”이라고. 그러니 집안에 문제가 생겨도 무심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대충 넘겨 버린다. “만일 이 세상 남자들이 가정을 경영하듯 기업을 경영한다면 이 세상의 거의 모든 기업들이 부도날 것”이란 말은 우리의 취약한 가정경영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행복한 가정경영을 위해서는 이제 아버지가 나서야 한다.

▶행복한 아버지는 가정 내 CEO이자 파트너이자 프렌디이자 코

행복한 가정을 만들려면 우선 스스로 ‘행복한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행복한 아버지’는 개인과 가정을 행복으로 이끄는 아버지다. 지금까지의 '아버지'는 경제적 부양이란 측면에서만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행복한 아버지’의 역할은 실로 다양하다. 첫째, 가정을 경영하는 'CEO로서의 아버지'다. 둘째, 아내를 존중하는 '수평적 파트너로서의 아버지'다. 셋째, 친구 같은 아빠, '친구로서의 아버지'다. 마지막으로 자녀의 성장을 지원하는 '코치로서의 아버지'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아버지는 이제 더 이상 가정 내 대소사에 있어 방관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 가족과 가정의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가족을 하나로 묶어내는 CEO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런 구심점이 없다면 가정은 무너진다. 그 역할이 아버지의 몫이다.

또한 가부장적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버려야 한다. 전국 기혼 남성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편과 아내 중 어느 한 쪽이 우위에 있을 때가 아니라 상호 평등한 파트너의 관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대답이 74.4%에 달했다. 좋은 남편은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을 부르짖는 가부장적 남편이 아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남편이다. 수평적 파트너십이 이루어지지 않는 부부 관계의 끝은 파국일 뿐이다.

친구 같은 아빠도 같은 맥락이다. 지시하고 명령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 친구 (Friend)와 아빠 (Daddy)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인 '프렌디(Friendy)'가 바로 그런 의미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아버지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와 소통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바로 프렌디다.

하지만 단순히 아이들과 친한 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녀의 성장을 도와주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바로 코치 같은 아버지다. 일방적인 훈계나 지시가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재능과 능력을 끌어내주는 코치의 모습이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도전적 품성을 길러주고 적성과 소질에 맞는 역량을 키워주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2002년 월드컵의 히딩크 감독처럼 말이다.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과 존중, 솔선수범, 자기사랑의 덕목 갖춰야

그렇다면 가정 내 CEO, 파트너, 프렌디, 코치라는 다양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행복한 아버지’는 어떤 덕목을 갖추어야 할까?

첫째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사람과 행동을 분리하여 가족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다. 그들이 예뻐서, 공부를 잘해서, 내 말을 잘 들어서 등의 이유가 아니라 내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족을 사랑하는 거다. 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란 말이다. 평소에 그 중요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이 부분은 갑작스런 불행의 방문 때 진가를 발휘한다. 외부에서 갑자기 닥쳐 온 불행을 이겨내느냐 못하느냐 하는 것은 평소 신뢰로 쌓인 가족간의 무조건적 사랑에 달려있다.

두 번째는 자녀에 대한 존중이다. “자기가 낳아 길렀다고 자녀를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자연의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다. 세상의 생명은 각자 누리는 삶이 있는데, 그것까지 침해하면서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자녀를 낳아 기르되 소유하거나 지배해서는 안 된다. 자녀는 고귀한 생명이며, 자연인이며,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인생을 구가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 얘기다. 자녀의 출세를 나의 것으로 여겨 아이들을 학원으로만 내모는 부모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아이들을 나의 한풀이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다. 그 삶과 그 선택을 오롯이 존중해야 한다.

행복한 아버지가 가져야 할 세 번째 덕목은 자기사랑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아버지로서 가족들에게 행복을 나누어 주려면 스스로가 먼저 행복해야 한다. 아버지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의미다. 긍정적인 태도로 자신의 삶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아버지만이 행복한 아버지가 될 수 있다. 매사에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솔선수범이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리더가 움직이지 않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거나 죽을 조직이다. 스스로는 변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만 변하라고 다그치는 회사가 잘 돌아갈 리 없다. 조직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많은 아버지들이 책 한 권 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만 독서하라 다그친다. 공염불이다.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책 읽어라' 백 번의 말보다 스스로 책을 읽을 일이다. 현명한 아버지는 말 한마디 없이도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한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 아버지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나는대한민국 아버지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www.innomango.com)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유튜브 채널 <방구석 5분혁신>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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